난 군생활을 강화도에서 했는데, 이렇게 이야기 하면 많은 사람들이 해병대 출신이냐고 한다.. 하긴, 강화도에 거의 대부분의 부대는 제2해병사단이다.. 하지만, 강화도에 해병대만 있는 건 아니다.. 난 해병대를 지원하는 육군 포병부대에서 복무를 했었다.. 포병부대이긴 했지만, 155미리 곡사포와는 거의 상관없는 일을 했는데 바로 교육계 행정병이었기 때문이다.. 거의 대부분의 업무가 사무실에 앉아 타자치는 일이었다.. 즉, 문서작업 하는 일이다..
그러한 문서작업은 수동식 타자기를 사용하여 이루어졌다.. 학교 다니면서 PC로 제출용 리포트를 작성하곤 해서 (삼보 보석글을 사용했었고, 2학년때에 아래아 한글이 나오면서 획기적인 열풍이 풀었었다.. 아래아 한글은 세상에 등장하자 마자 국내 PC용 워드프로세서 S/W를 평정해버렸다..) 타자엔 자신있었는데, PC 키보드를 두드리는 일과 수동식 타자기를 치는 일은 차원이 달랐다.. 손가락 힘이 정말 필요했다.. 피나는 연습끝에 (쇠자를 세워서 손가락을 맞아봐라.. 정말 피 난다..) 어느정도 익숙해졌는데, 그래도 약하게 친다고 계속 혼나곤 했는데 나중에 그 이유를 알게되었다.. 그정도 힘으로는 택도 없다는 것을 곧 알게되었다..
당시, 각종 서류들은 갱지에 타이핑을 하곤 했는데 대부분의 문서들이 3부를 만들어야 했다.. 어떤 경우는 5부를 만들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경우 같은 내용을 5번 타이핑 할 수는 없으므로 갱지, 먹지, 갱지, 먹지, 갱지.. 이런 식으로 종이를 겹대서 타이핑을 하는 것이다.. 웬만큼 세게 치지 않으면 3번째장 글씨는 알아볼 수가 없게된다.. 고참들은 5부 한방에 타이핑도 능숙하게 해내곤 했다.. 실수 없이 5부 한방에 완성시키는데까지는 꽤 오래 걸렸다..
그로부터 몇개월 후 제대를 얼마 남기지 않은 말년 전산병 후임으로 들어가게 되어 이런 타이핑은 할 필요가 없어졌다.. PC와 프린터로 작업을 했기 때문이다.. 말이 전산병이지 워드프로세싱 전담이었다.. 그래도, 수동식 타자기 가지고 전전긍긍 하지 않아도 되는 쾌적한 작업환경으로 바뀌긴 하였다.. 하지만, 대대에 PC가 1대 뿐이다 보니 대대의 웬만한 문서작업들은 죄다 혼자 도맡아 타이핑을 해야하는 상황이 되어 더 악조건이 되어버렸다.. 내부 문서들은 타이핑을 했지만, 많은 간부들이 상급부대로 보내는 문서는 깨끗하게 프린팅 하길 원했기 때문이다.. 젠장.. PC를 좀 여러대 사던지, 달랑 한대가 뭐냐고..
덕분에 일병때부터 내 생활은 야근 및 밤샘 작업의 연속이 되었다.. 이때부터 야근 및 밤샘이 너무 친숙해졌나 보다.. 요즘이야 레이저나 잉크젯 프린터의 속도가 엄청나기 때문에 당시 도트 프린터의 프린터 속도를 상상하질 못할 것이다.. 프린터로 뽑아서 간부들 책상위에 올려나와 하니 출력이 끝날때까지 잘 수가 없었는데, 상급부대에 여러 매수를 보내는 간부가 제일 싫었다.. 이런 경우 타이핑 하는 시간보다 출력하는 시간이 훨씬 더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군생활 하면서 책 무자게 많이 읽었다.. 아마 군생활 26개월동안 읽은 책이 군입대 전 평생 읽었던 책보다 많았을 것이다..
1992년도 이야기니 지금부터 무려 15년전 이야기네.. 타자기만 보면 그때 생각이 모락모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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