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함이란 더 이상 무엇인가를 더할 것이 없을때 이루어 지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무엇인가를 뺄 것이 없을 때 이루어진다. - 앙뜨완느 마리 로제 드 생떽쥐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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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이야기 - 타자기..
난 군생활을 강화도에서 했는데, 이렇게 이야기 하면 많은 사람들이 해병대 출신이냐고 한다.. 하긴, 강화도에 거의 대부분의 부대는 제2해병사단이다.. 하지만, 강화도에 해병대만 있는 건 아니다.. 난 해병대를 지원하는 육군 포병부대에서 복무를 했었다.. 포병부대이긴 했지만, 155미리 곡사포와는 거의 상관없는 일을 했는데 바로 교육계 행정병이었기 때문이다.. 거의 대부분의 업무가 사무실에 앉아 타자치는 일이었다.. 즉, 문서작업 하는 일이다..
그러한 문서작업은 수동식 타자기를 사용하여 이루어졌다.. 학교 다니면서 PC로 제출용 리포트를 작성하곤 해서 (삼보 보석글을 사용했었고, 2학년때에 아래아 한글이 나오면서 획기적인 열풍이 풀었었다.. 아래아 한글은 세상에 등장하자 마자 국내 PC용 워드프로세서 S/W를 평정해버렸다..) 타자엔 자신있었는데, PC 키보드를 두드리는 일과 수동식 타자기를 치는 일은 차원이 달랐다.. 손가락 힘이 정말 필요했다.. 피나는 연습끝에 (쇠자를 세워서 손가락을 맞아봐라.. 정말 피 난다..) 어느정도 익숙해졌는데, 그래도 약하게 친다고 계속 혼나곤 했는데 나중에 그 이유를 알게되었다.. 그정도 힘으로는 택도 없다는 것을 곧 알게되었다..

당시, 각종 서류들은 갱지에 타이핑을 하곤 했는데 대부분의 문서들이 3부를 만들어야 했다.. 어떤 경우는 5부를 만들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경우 같은 내용을 5번 타이핑 할 수는 없으므로 갱지, 먹지, 갱지, 먹지, 갱지.. 이런 식으로 종이를 겹대서 타이핑을 하는 것이다.. 웬만큼 세게 치지 않으면 3번째장 글씨는 알아볼 수가 없게된다.. 고참들은 5부 한방에 타이핑도 능숙하게 해내곤 했다.. 실수 없이 5부 한방에 완성시키는데까지는 꽤 오래 걸렸다..

그로부터 몇개월 후 제대를 얼마 남기지 않은 말년 전산병 후임으로 들어가게 되어 이런 타이핑은 할 필요가 없어졌다.. PC와 프린터로 작업을 했기 때문이다.. 말이 전산병이지 워드프로세싱 전담이었다.. 그래도, 수동식 타자기 가지고 전전긍긍 하지 않아도 되는 쾌적한 작업환경으로 바뀌긴 하였다.. 하지만, 대대에 PC가 1대 뿐이다 보니 대대의 웬만한 문서작업들은 죄다 혼자 도맡아 타이핑을 해야하는 상황이 되어 더 악조건이 되어버렸다.. 내부 문서들은 타이핑을 했지만, 많은 간부들이 상급부대로 보내는 문서는 깨끗하게 프린팅 하길 원했기 때문이다.. 젠장.. PC를 좀 여러대 사던지, 달랑 한대가 뭐냐고..

덕분에 일병때부터 내 생활은 야근 및 밤샘 작업의 연속이 되었다.. 이때부터 야근 및 밤샘이 너무 친숙해졌나 보다.. 요즘이야 레이저나 잉크젯 프린터의 속도가 엄청나기 때문에 당시 도트 프린터의 프린터 속도를 상상하질 못할 것이다.. 프린터로 뽑아서 간부들 책상위에 올려나와 하니 출력이 끝날때까지 잘 수가 없었는데, 상급부대에 여러 매수를 보내는 간부가 제일 싫었다.. 이런 경우 타이핑 하는 시간보다 출력하는 시간이 훨씬 더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군생활 하면서 책 무자게 많이 읽었다.. 아마 군생활 26개월동안 읽은 책이 군입대 전 평생 읽었던 책보다 많았을 것이다..

1992년도 이야기니 지금부터 무려 15년전 이야기네.. 타자기만 보면 그때 생각이 모락모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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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친병아리 | 2007/09/22 13:05 | ▣ 삐약삐약 ▣ | 트랙백 | 덧글(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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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Nights at 2007/09/23 11:13
타자기라.
지금은 카페에서 소품으로나 볼 수 있는 물건이군요
Commented by Alphonse at 2007/09/23 12:36
저랑 비슷한 시기에 군대 생활 하셨네요.
전 다행히 최고 상급 부대에 있어서 사무실마다 XT에 40메가 하드디스크가 달린 컴퓨터가 있었습니다.
물론... 대대에는 PC 한대와 타자기들이 주를 이루었죠. 그때 신기하게 봤던 4벌씩 타자기도 기억나네요. ^^;
Commented by Boramirang at 2007/09/23 13:48
오래된...타자기 만큼이나 오래된 귀한 이야기...재밋네요.ㅎ

재밋는 이야기 블로거뉴스로 많이 올려 주시기길 바라며
...명절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
Commented by 우유차 at 2007/09/23 14:48
타자기도 나름 전자식 쓰면 괜찮은데- 저도 타자기 사용해본 적이 있어서 *_*;; 타자기 보니 기분이 묘합니다.
Commented by 미친병아리 at 2007/09/23 15:27
Nights님 : 소품중 동작하는 놈은 별로 없을 것 같네요.. 타자기 치면 나름 재밌답니다..

Alphonse님 : 그 4벌식 타자기도 한때 배웠었습니다.. 타자기가 모자라면 별 수 없이 짬밥상 제가 4벌식 타자기를 쳐야 했는데, 왔다갔다 하려니 타자치기 정말 헷갈리더군요..

Boramirang님 : 재밌게 읽으셨다니 감사합니다..

우유차님 : 쳐보셨다니 아시겠지만, 타자치면 묘한 재미가 있지요..
Commented by 뱃살왕자 at 2007/09/23 16:59
타자기로 타이핑 연습 하시면 오타가 획기적으로 주는 장점도 있습니다.
타자 치다 오타 나면 처음부터 다시 쳐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물론, 드륵드륵 돌려서 겹쳐찍기 신공(?)으로 수정하기도 하진만요..
친척 누나의 타자기를 우연히 가지고 놀다가 내친김에 타자 자격증 따기도 --;;
Commented by 미친병아리 at 2007/09/23 21:28
뱃살왕자님 : 그렇습니다.. 오타나면 고칠 수도 없고, 난감하지요.. 자격증까지 따셨다니, 굉장한 실력을 가지고 계실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떠돌이학사 at 2007/09/23 23:36
힉, 정말 오래된 물건이...
Commented by 미친병아리 at 2007/09/24 00:41
떠돌이학사님 : 예전엔 경찰서에서 볼 수 있었는데, 그것도 먼 옛날 이야기더군요.. 요즘엔 경찰서에도 모두 PC가 지급되어 있으니..
Commented by 아크몬드 at 2007/09/26 17:33
지금 사무실에는 영외자 1명당 1개 꼴로 다 있답니다.
좀 안좋아서 그렇지..
Commented by naramoksu at 2007/09/26 19:56
미병님의 타자기 이야기를 보고 제 이야기인줄 알았습니다. ㅎㅎㅎ
입대 시기가 아마 비슷하신 것 같네요.
Commented by 미친병아리 at 2007/09/26 21:27
아크몬드님 : 아마 곧 군대 사무실에도 노트북 지급이 될 것 같네요.. ㅎㅎㅎ

naramoksu님 : 92년도에 입대해서 94년도에 전역했답니다..
Commented by 고니 at 2007/09/27 01:59
타자기, 멋진 추억(?)이시네요?
저는 외삼촌 댁에 있던 걸 구경만 해 본 물건인지라...^^;;
전 타자기의 그 느낌과 소리가 참 좋던데요...
Commented by 미친병아리 at 2007/09/27 02:31
고니님 : ㅎㅎㅎ 별로 멋지지 않은 추억입니다..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보다 확실히 리듬감도 있고, 치는 맛이 있기는 합니다..
Commented by 나라목수 at 2007/09/27 08:45
저는 91년말~94년까지 군에 있었습니다. 아마 올해 민방위 4년차시겠군요^^

첨에 먹지 5장넣고 타자 치다가 오타나면.... 끔찍했습니다.
Commented by 미친병아리 at 2007/10/03 16:51
나라목수님 : 음~ 민방위 몇년차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런건 잘 기억을 못해서리.. 그러다 오타나면 거의 죽음이죠.. ㅎㅎㅎ
Commented by 세레 at 2008/10/10 21:09
사무실에 타자기(타이프라이터, 경방크로바)를 지금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주로 틀린 문서에 수정테이프로 수정 후 교정하거나 정해진 양식에서 내용을 채워 넣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어요. 지금은 복사기가 있어서, 먹지를 넣어 안 치는게 참 다행이네요. 처음 접한 타자기는 참 신기했어요. 이렇게 글자를 입력할 수 있구나 하고요. 타자기에 종이 비뚤어져 들어가면 다시 빼서 똑바로 맞추어야 되서 참 힘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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