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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양곤강 건너편.. by 미친병아리

미안하지만, 이름도 잊어버렸다.. 메모를 했어야 하는데, 스마트폰 들고 다니며 스마트한 일상을 살아간다고 자부하면 모하나.. 스마트폰으로 메모할 생각도 못하니..

외국인 혼자 양곤 시내를 거닐면, 말동무가 되어주는 것이 양곤 시민들의 기본 교양 덕목인가 보다.. 환전 하라는 삐끼들을 제외하고라도 많은 사람들이 말을 걸어왔다..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 "어딜 가느냐? 여기가 더 좋다, 여길 가봐라" 등등.. 그러고 나서 이야기 좀 나누다가 알려줘서 고맙다, 하지만 나는 다른 갈 곳이 있어서 그럼 이만.. 대충 이러면 인사하고 헤어지게 된다.. 하지만, 이 친구는 끊이질 않고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것이다..

놀랍기도 하고 처음엔 좀 짜증이 났다.. 언제봤다고 이 친구 참 말 많네..

평소 같으면 난 다른 약속이 있어서 이만.. 하며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신발 갈아신기 귀찮아서 Shwedagon Pagoda 구경을 포기하고 나자 달리 갈데도 없고, 공항에 돌아가기까지 시간도 왕창 남았고, 딱히 할 것은 없고.. 이런 상황이라 일단 이 친구랑 수다 좀 떨어보기로 했다.. 영어를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딱 내 수준하고 비슷해서 서로 Broken English 겁나 쏟아내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이 친구 참 말 많더라.. ㅎㅎㅎ

대부분의 이야기는 2008년 5월초 미얀마에서 있었던 싸이클론의 피해 이야기 있다.. 5월 3일 미얀마를 강타한 사이클론 나르기스의 피해는 엄청났다.. 초기 미얀마 정부는 3천여명 사망에 3천여명의 실종으로 보도를 하였고, 로이터 통신에서는 최소 10,000 여명의 사망과 3,000여명의 실종이라고 보도를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는 엄청나다는 것이 밝혀졌으며, 이후 발표로 사망자와 실종자를 합해 1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되었다.. (사망자 7만 7천여명, 실종자 5만 5천여명) 당시 우리나라에서도 취재진과 함께 구호단 및 물자, 성금 등을 보냈던 것으로 안다.. 이 친구도 당시 한국에서 많이 도와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는다..

2008년 5월에 난 뭐하고 있었더라? 아무튼, 내가 받을 수 있는 감사인사는 아닌 것 같다..

그때 사진을 좀 찾아보면 양곤 시내 나무가 쓰러지고, 집이 무너지고 등등 태풍의 피해가 엄청났는데.. 큰 패해들은 바로 물에 잠겨버린 양곤간 건녀편 이었던 것 같다.. 물론, 미얀마 전국적으로 엄청난 피해가 있었던 재해였기 때문에 양곤의 피해는 다른 지역에 비하면 그리 크지 않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이 양곤에 살고 있어서 양곤 이야기를 더 많이 하는 것이겠지.. 정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2차적인 피해는 그 이후에 더 심각했다.. 무능했던 군사정부가 세계 각국에서 들어오는 원조와 구호를 마다한 것이다.. 물에 잠겨 집을 잃은 사람들에게 생필품과 전기, 물, 식량을 공급하지 못했고.. 심지어는 시체들을 제대로 수습하지 않고 강물 속으로 그냥 버려 버리기까지 하는 만행을 저지름으로서 국민들의 원성이 극에 달한 것이다..

50년에 가깝도록 군사독재가 계속되고, 20년간 의회가 열리지 않았던 나라.. 이런 군사 독재정부의 힘이 약해진 것은 엄청난 재해의 참상속에서 국민을 제대로 돌봐주지 않는 모습을 국민 모두가 확인한 이 이후가 아니었나 싶다.. 노벨평화상을 받고도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채 계속 20여년간 가택연금을 받았던 아웅산 수치 여사의 가택연금이 풀이게 된 것도.. 결국은, 국민들의 엄청난 희생을 계기로 미얀마 전국이 각성을 하게 된 것 같다..
재해복구를 제대로 하지도 않으면서, 세계적인 국가원조도 거부하는 모습을 보인 군사독재 정부.. 자기 배 불리는데만 여념이 없는 이런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를 그냥 둘 국민들은 없다..

이 친구도 2008년 사이클론 이야기와 그때 무능했던 군사정부 이야기.. 아웅산 수치 여사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했다.. 내가 아웅산 수치 여사가 미얀마를 바꿀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 하자.. 역정을 내면서 maybe가 아니라 확실히 아웅산 수치 여사가 미얀마를 변신 시킬 것이라고 일장 연설을 쏟아낸다..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번에 국회로 진출하면서 실질적인 국민적 영웅의 모습을 재확인 시켜 주었는데.. 이제부터라도 시작이니 다행이라 이야기 할 수 있겠지만.. 너무 오랜기간 가난에 허덕여 왔고, 군사정부는 부는 어디론가 다 지들만을 위해 꿀꺽 해버린 상황이라 기대만큼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기대만큼 쉽지 않아 아웅산 수치도 별 수 없구나.. 이렇게 될지.. 그래도 아웅산 수치에 대한 신뢰가 계속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후자가 아닐런지..

길거리에 서서 이야기를 나누다, 노상 매점에 앉아 커피 한잔 하며 이야기를 꽤 오랜동안 나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는 나누고 있는데, 이 친구가 갑자기 자기네 집에 가자네..

강 건너편에 자기 집이 있는데, 강 건너편 구경가고 싶으면 같이 가자는 것이다.. 할일도 없고, 시간은 남고.. 그러지 모..

강을 건너갈 배를 타기 위해 이동하는 내내, 자기는 한국 드라마 엄청 좋아하고 매일 본다는 이야기와 무능하고 부패한 군부독재정권에 대한 비판이 계속 이어진다..

헌데 무슨 드라마 좋아하느냐? 제목이 뭐냐? 누가 나오는 드라마냐? 물어보니 대답을 못한다.. ㅋㅋㅋ 하긴 대답했어도 나도 잘 몰랐을 것이다.. 나는 미드 광이라..

큰 페리 말고 작은 보트가 더 저렴하다고 그걸 타자는데 주말에는 외국인이 작은 보트를 탈 수 없다고 태워주질 않는다.. 태워주는 보트가 있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느라 피곤하다.. 큰 페리 왕복 $4 정도면 내가 니꺼까지 다 내줄테니 걍 큰 페리 타자고 하려다 그 친구 자존심 상할까봐 걍 하자는대로 했다.. 하지만, 걍 큰 페리 타고 갈걸 그랬다.. 다들 외국인들은 태워줄 수 없다고 거부하는 통에 태워줄 보트 찾느라 엄청 걸어다녔기 때문이다..

이 친구 하자는 대로 하다가 시간만 다 보냈다.. 걍 몇천원 더주고 페리 타자고 할 것을.. 아무튼, 겁니 구석진 곳에까지 와서 간신히 태워주겠다는 보트를 찾았다..




4~6명 정도 탈 수 있는 작은 나무보트인데, 모터가 달려있다.. 강에 다리가 하나도 없으니 강을 건너는 방법은 페리나 이 작은 보트, 배를 이용하는 방법 밖에 없다.. 하긴, 다리가 있어도 아마 이 나라에서는 통행료를 받을지도 모르겠다..

배를 타고 가는데, 경찰에게 걸리면 안된단다.. 주말에는 외국인들이 이 보트를 타면 안되기 때문에 혹시나 경찰에게 걸리면 골치 아프단다.. 해서 경찰들 없는 저쪽 언저리에서 내려야 한단다.. 아, 증말.. 몇천원 아끼자고 이게 뭐하는 짓이란 말인가..

그런데.. 다르게 생각을 해보니.. 이거 좀 상황이 이상한거다.. 이 친구가 불순한 생각을 가지고 나를 납치하거나 협박하기 위한 장소로 데리고 가는 것이라면? 상황이 너무 잘 맞지 않는가.. 경찰도 피해야 하고.. 아, 이런.. 이렇게 미얀마 양곤강 건너편에서 짐, 돈, 여권 다 빼았기고 국제 미아가 되는 것인가.. 모터 보트로 강 건너는 짧은 시간에 별별 생각이 다 들더군..

그렇다고 지금 강물로 뛰어들 수는 없는 노릇이고.. 도착하면 상황봐서 냅다 뛸 준비만 하고 있었다.. 배는 점점 이상한 강변으로 향하고, 저쪽 향하는 곳 주변에는 이상한 사람들이 어슬렁 거린다.. 배에 탄 이 친구와 뭔가 신호를 주고 받는 것 같기도 하고.. 아, 정말 한번 겁먹기 시작하자 별별 이상한 생각이 다 든다.. 냉장차에 갖혀 얼어죽은 어떤 사람이 있었는데, 사실은 냉장차가 작동을 하지 않아 냉장차 짐칸은 실온이었다는 이야기가 이해가 간다..

대한민국 여권, 아이폰, 맥북에어 등을 내게서 빼앗아 가면 이 친구는 얼마나 벌까? 얼마인지가 뭐가 중요해.. 필요하면 $100 에도 살인을 하는 세상인데.. 하지만, 이건 내가 미드를 너무 많이 봐서 그런 것이고.. 미얀마에서 그런 일이 발생할 확율은 미국보다는 확실히 낮은 것 같다.. 그래도 강변에 도착해 이 친구의 집에까지 가서 이 친구 와이프와 아이들을 만나기 전까지는 이 녀석이 날 어디로 데려가려고 그러나 하는 일말의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는 없었다..

동네는 전형적인 빈민가.. 1~2평 남직한 땅은 나라에서 한달에 5,000짯 정도로 임대를 해줬다고 한다.. 집은 대나무로 지은 집으로 엉성하다.. 당연히 바닥은 구멍 숭숭 (청소하긴 편하겠더라..), 벽도 구멍 숭숭, 천장도 마찬가지.. 살림살이도 거의 없고.. 물론, 전기도 안 들어오고 수도도 없다.. 화장실과 목욕은 공용으로 있는 듯.. 주변의 집들도 절반 이상은 이런 집들이다.. 콘크리트나 시멘트로 지어진 집은 최상급, 나무 판자집이 그 다음.. 이 대나무 집은 가장 못 사는 가정.. 음, 상황이 이런데 이 친구는 어떻게 매일 한국 드라마를 볼 수 있다는 것인지.. 어디 근처 마을회관에서 공공 상영이라도 하나? 궁금하긴 했지만, 물어볼 수는 없었다..

한때 이보다는 부자였지만, 2008년 싸이클론때 모든 것을 잃고 그 이후로 이렇게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보니 이 친구의 장모님, 이 친구 부인의 친구들이 외국인 왔다고 구경하러 몰려 들었다.. 쩝, 대략 난감.. 뻘쭘한 상황을 벗어나고자 일어 나려는데, 이 친구 한사코 밥을 먹고 가랜다.. 점심 먹은지 얼마 안되었고, 이 형편에 나 줄께 있을까 싶어, 혹은 먹는게 오히려 민폐다 싶어 안 먹겠다는데 계속 권한다.. 냠.. 별 수 없이 차려주는 밥상에 앉았다.. 그래도 손님이라고, 있는 반찬 다 꺼내주고 어린 딸은 물도 떠다 준다..

식사 후 담배 한대 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비가 오기 시작한다.. 아, 더 많이 내리기 전에 일찍 떠나야겠다.. 사진 몇장 찍고 급히 일어섰다.. 하필 우산을 공항에 맡긴 짐 안에 넣어둬서리.. 그렇게 가방안에 꼭꼭 숨겨두려면 우산은 뭐하러 가져왔는지..

사실 사진은 더 많이 찍고 싶었지만, 웬지 사진기 들이 밀기가 미안한 감정이 들어서리.. 하지만, 그건 내 시선에서의 생각이었을 것이다.. 이들이 현실에 대한 불만이 있을 지언정 자신들의 삶을 창피해 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렇다면 나를 여기까지 데려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더 많은 사진을 찍었어야 했는데, 참 바보 같은 생각을 했다..



갑자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점점 굵어 지더니 페리가 강 건너편에 도착했을 때는 완전 장대비가 되어 있었다.. 간신히 택시를 잡아타고 공항으로 돌아갔다.. 공항을 나서면서 세운 계획보다 한시간 일찍 공항에 도착했다.. 다행히 발권이 시작되어 출국수속을 마치고 공항 안에서 대기를 했다.. 가만 앉아 생각을 해보니, 내가 무슨 생각으로 그 친구를 따라 나섰나 하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정말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내가 잠시 미쳤었나 보다.. ㅋㅋㅋ

배타러 가면서 이야기 나눈 내용중 이게 생각난다.. 이 친구가 미얀마 군사독재정부 욕을 하면서 우리나라 정부가 부럽다고 하더라.. 그래서 몇일전에 한국 대통령이 미얀마에 온 것을 아느냐고 물으니, 잘 안다고 한다.. 그 양반이 MB라고 불리우는 대한민국 대통령인데, 역대로 국민들이 제일 싫어하는 대통령이며, 나도 무자게 싫어 한다고 이야기 했더니 놀래더라.. 한국 같이 좋은 나라에는 모두 좋은 대통령들만 있는 줄 아는가 보다..

다른 나라 가서는 이러지 말아야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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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쩌비 2012/05/29 20:34 #

    내용이 좀 길어서 아래쪽 핵심을 읽다가 왠지 모를 친구가 나와서 처음부터 다시 다 읽었습니다. ^^;
    우리나라에서도 모르는 사람 따라가지 않는데 외국에서 정말 색다른 경험을 하셨네요.
  • 미친병아리 2012/05/29 21:03 #

    ㅎㅎㅎ 제가 당시에 좀 겁이 없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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